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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15 나의 대학생활#2 (2)
  2. 2009/05/12 나의 대학생활#3
  3. 2009/05/11 나의 대학생활#1

-이상한 새내기

전공은 일본통상으로 정해졌다. 고등학교 때 일본어를 하던 내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몇 년 간 다짐만 앞섰던 일본어 정복에 쐐기를 박자. 는 지극히 개인적인 목적으로 간단히 대학 전공이 정해졌다. 동기들이 말하던 ‘미래를 생각해서, 전망이 밝은, 혼자서는 경험하기 힘든,’ 따위의 거창한(?)고민을 함께 나누지 못해 한동안 난감했던 기억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좋은 게 가장 좋은 거다’는 내 기준에 충실했는데, 그 인연에 만난 사람이 어찌나 대단했던지 지금은 그 선택에 고맙기까지 하다. 하지만 다시 1학년으로 돌아간다면…, 러시아어를 공부하지 않았을까.

OT는커녕 MT도 한 번 가 본 적 없는 나는 이른바 아웃사이더였다. 새내기 시절 왕따 되기 싫으면 꼭 가야한다는 주위사람들의 말은 꽤나 지키기 힘든 요구사항이었는데, 특히 매주 금요일이면 귀향해 일요일 밤에나 학교에 돌아오던 생활패턴은 주말 술자리엔 한 번도 들를 기회를 주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혼자계시는 어머님의 말벗이라도 되려고 했던 노력이었고, 가급적 대학생활을 바르게(?)하고 싶던 마음이었다. 어쩌면 그저 집에서 벗어나기 싫었나보다. 하긴 술이라도 마시면 큰 죄라도 짓는 거라 믿었던 시절이니까. 당시엔 신앙에 열심을 냈던지라 성가대 지휘자까지 덥석 해버려, 나로써도 믿기 힘든 생활을 이어갔다. 하여튼 대학전공친구들과는 친해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 고향인 강원도 원주를 아는 친구도 드물었고, 내 사정을 아는 친구는 없었다.

책 하나는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다. 줄거리는 희미하지만, 고전 한 권씩 덮을 때마다 느껴지는 성취감이 좋았다. ‘고전을 고전답게 읽겠다.’는 엉뚱한 생각 때문에 일부러 낡은 표지의 오래된 번역본만 찾아 읽어서인지, 아리송한 문장처럼 이상한 말버릇이 생겼는데, 예를 들고 싶지만 책 제목만 생각난다. 부활, 신곡,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새내기 때 책을 읽는 버릇만큼은 남기겠다는 다짐으로 탐독한 시간이, 어쩌면 대학교1학년 시절에 가장 값진 시간이었으리라. 그렇게 책 속에서 만난 사람들 덕에 이상한 새내기가 된 나는 졸업할 때까지 참 이상한 대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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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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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7 13:02 엄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T가지 않아도 좋은 사람들은 만날 수 있어요 흐흐흐

-오답노트

  누가 인생엔 정답이 없다고만 했는가. 조금 더 친절하게 오답은 있을 수 있다고 얘기해주었다면 좋았을 것을. 임기를 마치고 무작정 할 일을 찾던 5개월이었다. 돌이켜보면 대학생활 중 그만큼이나 하릴없이 시간을 보낸 적이 없다고 회상할 만큼, 어둡고 긴 터널이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내 꿈을 저울질하며 보낸 시간동안, 이렇다 할 정답을 찾진 못했지만 이건 아니다 라는 오답노트는 만들 수 있었다. 그때 얼마나 많은 꿈들을 좇아 나를 비웠는지, 텅 빈 가슴 덕에 한 달 여 요양해야할 지경이었다. 도전하는 만큼 강해진다는 말은 내게 적용되지 않는가보다. 오히려 도전하는 만큼 분명해진다는 말이 어울렸다. 모 선배에게 배웠던 이벤트 진행, 만나는 사람마다 뜨악하게 할 아이들과 함께했던 영어교사, 면접을 앞두고 되돌아왔던 아나운서. 그리고 약속되었던 기자 일까지…. 항상 끝이 안 좋았던 기억이다. 뒤도 안보고 도망친 터널 속이었다.

  그날이었다. 내 처지를 확신하게 된 것은. 아버지가 살던 자취집에서 지샌 하룻밤 동안이었을 게다. 환갑이신 아버지와 보낸 첫날밤이 내겐 천일과도 같았다. 잠을 잘 수 없었다. 어버이날을 일삼아 들렀던 서울이었다. 당신 스스로 실패한 지난날이라며 바닥을 기던 바퀴벌레를 누르는 아버지의 표정엔, 나에 대한 기대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주마등처럼 고향에 계신 어머니의 김밥을 마는 손이 스쳐갔고, 막일을 하기위해 타향 공사판으로 출장 간 아저씨의 억센 턱 선이 굵은 땀방울로 흐릿해졌다. …. 순간 스쳐간 생각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고, 손에 쥐고 있던 모든 것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난 한 번도 내 상황을 직시해 본 적이 없다. 머릿속에선 이념과 이상으로 나를 붕붕 뜨게 했고, 현실에선 눈을 낮춘다는 핑계로 쉬운 길만 찾으려 하지 않았나. 내 어제와 오늘을 위로하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뿐이라는 걸 알기까지, 대학생활 끝자락까지 와야 했다. 의지할 것은 내 두 다리뿐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노력 없이 댓가를 바라던 생활을 접고 어머니 계신 고향 길로 향했다. 날씨가 더워지려는 지 밤 새 봄비가 내린 날. 무거운 어깨로 새우잠을 청했던, 기숙사에서의 마지막 5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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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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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통상학부와의 만남

  우연치곤 괜찮은 만남이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인터넷으로 검색한 단 네 개의 키워드는 ‘수도권, 유학, 장학금, 기숙사’였으니까. 당시 별다른 기능도 없던 CONAS(College Of Northeast Asia Studies)의 홈페이지에서 간단한 설명을 듣곤 다음날 원서를 샀다. 지금이야 PC로 인터넷을 통해 지원하면 됐지만, 그땐 몇몇 서점에서나 파는 입학원서를 사서, 그걸 담임선생님한테 보여줘 도장을 받고, 접수하는 동네(강릉이었지 아마….)까지 가서 내고 오는 방식. 원서를 살 때부터 낼 때까지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인식에, 못가도 서울대 원서 한 장 사오는 사람 꼭 있었다. 하긴 그땐 우리나라에 대학이 몇 갠지도 몰랐지만, 인천대학교는 처음 들어봤다. 그래도 꽤 순진했다. 서울에 서울대학교가 있다면 인천에 인천대학교가 있는 건 당연하지. 정도로 내 고민은 끝났으니까. 부모님과 담임은 내가 흔한 대학에 가길 원했지만, 4년 간 학비 안 든다는 설득은 만사형통이었다.

  고교3년 간 나는 성적으로나 성격으로나 눈에 띄는 학생이 아니었다. 모두 똑같은 짧은 머리에 한국적인 체형과 얼굴은, 한 학교에 닮은꼴 오형제정도는 기본으로 확보할 수 있었지. 다만 매년 몇 반 반장에 이름을 걸어 놓았던 게 특징이라면 특징일까. 꼭 가고 싶던 곳은 경찰대였던 기억이다. 사관학교와는 다른 느낌 자체가 좋았던 것 같다. 1학년 때부터 책상머리엔 경찰대 로고를 붙여놓고 지냈으니…. 대학 진학 후 첫 번째 시위에서 경찰들을 마주친 뒤 경찰대 안가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니 얼마나 순박한 꿈이었나. 하지만 꿈 자체가 주는 압박에 고3생활 내내 열심을 냈다. 새벽 4시 기상-공부-밤 12시 취침이란 시간표는 괜한 욕심에 나와 가족을 피곤하게 했다고 생각할 정도다. 학원 안 다녔으니 그래도 다행이지만 전체 1등급으로 수능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나는 대학에 왜 가는 건 지 몰랐다. 중고등학교 6년 간 학창생활을 했다면 공감하겠지만, 나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없었는데, 내가 가야할 길(진로)을 찾기란 여간 힘든 일이었겠나. 가장 몸에 맞고 많이 봤던 군인, 경찰로 자연스럽게 커갈 뻔 했던 나를 사고 치게 한 건, 현실을 벗어나고픈 욕심이었다. 직업으로 날 표현하는 게 아닌, 내 삶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게 대학생활을 경험해보자. 는 마음으로 진학했다. 사실 고교시절 한 번의 입학요청을 받았다. 지역에 있는 대학에 지역출신 인재를 키우겠다는 공문이 각 고등학교로 전달되었던 모양인데, 원주고등학교에선 내가 원서를 넣었다. 그래서 대입3번의 기회 중 하나는 CONAS에, 또 하나는 그곳에 원서를 넣고 한 번의 기회는 버렸다. 등록금 1년에 몇 백. 어차피 붙어도 갈 수 없는 것이 대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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